우리가 살면서 가끔씩 접하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힘들게 한 사람이 더 생각난다'라는 말입니다. 그 당시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그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이 있었기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고백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고백입니다. 요즘은 다시보기 채널이 다양하게 생겨났습니다. 골라보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이번에 골라보기는 JTBC에서 방송하는 '허쉬'라는 드라마입니다. 원래의 뜻은 침묵, 고요입니다. 최고의 연기자 황정민이 맡은 한준혁이라는 배테랑 기자와 경수진이 맡은 한수연이라는 인턴기자와의 마지막 문자대화가 마음에 크게 다가왔습니다.
한준혁의 문자 "못난 선배 만나서 고생 많이 했다."
한수연의 문자 "선배 만나서 많이 배우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어요."
한준혁 "내가 진짜 힘들게 가르쳐서 너를 진짜 기자로 만들어 주겠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가짜와 진짜가 공존합니다. 가짜는 가만히 있어도 생겨날 수 있지만, 진짜배기는 그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진짜배기는 산전주전을 다 겪으며 자신을 아름답게 빚어낸 존재들입니다. 삶의 한가운데서 깎이고 깎여 드러나는 실체가 진짜배기입니다. 세상의 가치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다이아몬드는 원석 그 자체로는 그 값어치를 발산할 수가 없습니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각종 불순물을 완벽하게 제거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그 가치를 발산하게 됩니다. 다이아몬드가 상품성을 가지고 화려한 모습으로 전시가 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은 거칠면서도 정교한 과정을 필수로 감내해야 합니다. 먼저 폭파 발굴작업이 있어야 하고, 분리되는 깨어짐의 작업을 거치고, 전문가의 손길에 의해 치밀하게 갈리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아름다운 존재로의 회복이 있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묻어버린 몸과 마음의 이물질을 제거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열정을 가지고 달려가던 길에서 마음을 돌이킨다는 것은 쉬운 여정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고통의 과정이 없이는 결코 진짜배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바르게 서기 위해서도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배우고 깎기는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만 진짜배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한 존재로의 온전한 성장과 회복을 위해서는 얼마나 더 큰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겠습니까? 어둠의 세력이 노리는 것은 조급함의 물결에서 놀다가는 삶입니다. 그저 쉽고 빠르게 성과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조정하기 시작합니다. 되려는 마음이 아니라 하려는 마음을 절대적으로 이용합니다. 존재의 재정비가 되기 전에 혼돈과 공허의 삶 속에서 좌절을 맛보게 하는 것이 최후의 목표입니다. 깨어 있지 못하면 무방비로 당하게 되고, 그로 인한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되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입니다.
진짜배기는 결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삶 속에서 깎이고 깎인 정도만큼 진짜배기가 되는 것입니다. 한준혁기자가 인턴기자에게 전하는 문자메시지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겸허함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힘이 드십니까? 견딜 수 없습니까? 진짜배기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시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이길 수 있습니다. 자녀들을 양육하는 부모님들께 한마디 꼭 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자녀들에게 쉽고 빠른 길을 가르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인생은 모든 삶이 합쳐서서 지금의 자기가 만들어집니다. 인생은 위로만 가는 것이 아닙니다. 위아래, 하늘땅! 사방을 다 보고 가는 것이 인생입니다. 언제까지 곁에 머무를 것 같습니까? 결국은 혼자서 냉정한 세상을 걸어가야 하는 자녀들입니다. 세상의 물질적인 요소가 자신을 지배하지 않고,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다스리며 나아가는 강하고 담대한 자녀가 되는 길로 인도해 주셔야 합니다. 어느 것에도 굴하지 않는 인생이 진짜배기 인생입니다. 이런 자녀들이 이끌어가는 세상을 남기고 가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중근의사의 모친 조마리아여사가 옥중에 있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안중근 의사 어머니의 편지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