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에 상영한 영화인 아니쉬 차간 티 감독의 영화 '런'이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특별전을 하였습니다. 우연이 들렀다가 보게 된 영화였지만, 영적인 감동이 매우 크게 다가왔습니다. 주인공 역할을 맡은 엄마와 딸, 사라 폴슨과 키에라 앨런의 신명 나는 연기에 흠뻑 빠져 120분이 넘는 시간이 한순간에 지나가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영화가 남긴 여운으로 한참을 객석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의 짙은 메시지가 전달되었습니다. 첫 출산과 동시에 아이의 죽음을 맞이한 엄마는 정신적인 충격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그로 인해 병원에서 다른 아이를 훔쳐 달아나게 됩니다. 그로부터 그 아이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었고, 혹이라도 이 아이가 다른 곳으로 도망쳐 버릴 것 같은 두려움으로 건강하던 아이에게 하반신 마비가 되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게 합니다. 자신의 자녀에 대한 집착으로 자녀의 미래까지 말살해 버리는 무거운 범죄행위를 저지르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종교에서 가장 경계시하는 집착이 낳을 수 있는 병폐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불교의 근본철학인 '고집멸도'라는 사성제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도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며, 기독교에서도 '땅의 지체를 죽이라'는 말씀으로 하나님과의 관계회복을 통해 온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물들었던 삶의 습관을 벗어던지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각인하는 만큼, 알게 모르게 발을 디뎠던 어둠의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치게 됩니다. 아무리 말씀을 듣고 읽고 배운다 해도 그 진리의 빛이 내 안을 비추지 못한다면, 아직까지는 그 집착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 느끼지 못하는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맙니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집착에 노출 되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을 오욕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누리고자 하는 최고의 욕망을 일컫는 말입니다. 식욕, 성욕, 재물욕, 수면욕, 명예욕입니다. 이것에 물들면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아니 절대적 아픔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무방비로 이런 욕망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방송마다 비만을 이야기합니다. 다이어트 제품이 완판이 됩니다. 온갖 미디어를 통해 음란물이 판을 치고, 성욕을 제어하지 못해 사건사고가 난무합니다. 고위공직자들은 뇌물에 힘을 쓰지 못합니다. 가장 더럽게 생각되는 것은 바로 실력 없는 존재들이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입니다. 정말 가관입니다.
영화 '런'을 통해 나의 마음에 새겨진 한마디가 있습니다. "집착은 간과할 수 없는 무서운 병이며 존재를 완전히 다른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는구나!" 집착이라는 어둠의 갈고리에 걸려버린 존재는 지금 자신이 어떠한 길을 가고 있는지 볼 수가 없습니다. 마치 안대를 쓰고 길을 걷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 길이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절대패망의 길이라 할지라도 전혀 깨닫지 못합니다. 결국 자신만 무너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에게까지 그 무지함이 전달됩니다. 집착으로 인해 오염된 구정물을 마시며 살아가게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자녀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을 물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모든 존재는 뒤틀려 태어났다가 온전한 존재의 길을 가는 것이 정상궤도입니다. 그러나 집착은 존재를 전혀 다른 목적지에 도달하게 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육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 육신의 존재는 무엇이든지 채우려고 합니다. 영적인 존재는 내려놓으려 합니다. 오늘은 영화 '런'을 통하여 집착이 얼마나 잘못된 길을 가게 하는지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집착은 나의 정체성을 망각해 버리는 무서운 도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더 성장하지 못하는 것도, 우리가 더 새로워지지 못하는 것도 잡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한 결과이며, 씻어내지 못한 결과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와 사건을 만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나가 지금 가장 집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모든 문제가 집착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모든 문제 해결은 집착을 끊는데서 시작됩니다. 존재의 온전함이 문제의 해결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문제를 보지 말고 내 자신을 볼 수 있는 영적감각이 살아 숨쉬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