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태어 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라는 위대한 존재의 사랑과 헌신 때문이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는 단 한분이십니다. 세상이 두 쪽이 나도 두 분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에게 병이 찾아들었습니다. 가슴이 조금 답답하시다기에 병원을 내원해서 받은 진단은 "협심증". 보호자 동행하에 할 수 있는 스텐트시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0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시술이기에 별 걱정 없이 조카에게 맡기고, 운영하고 있던 어린이 놀이센터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량을 운행하던 도중 갑자기 담당의사의 전화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스탬프 시술 도중 혈관에 석회가 많아서 중단해야 한다는 전화였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석회가 뇌의 중심부를 건드리면 즉사할 수도 있다는 무거운 소견을 내놓았던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심장개복수술을 해야 하는데 동의서가 필요합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의사의 소견을 믿기로 결정을 하고, 전화내용으로 동의서에 사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내려놓고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어린이들의 하원에 집중을 해야 했습니다. 수술이 무사히 잘 진행되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병원을 향해 달렸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수술 중! 6시간째 수술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웃으면서 간단하게 끝날 거라는 말에 큰 의미 없이 스탬프시술실에 들어갔던 어머니가 지금은 여섯 시간 반이라 대 수술로 전환이 되고 있었던 겁니다.
팔순이 넘은 어머니는 일곱 시간의 대 수술을 마치고 회복을 위해 중환자실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며칠이 흘렀습니다.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중환자실에서는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 30분의 면회만이 허락되었습니다. 아무런 기력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어머니와의 대화는 불가능했습니다. 그저 어머니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회복을 기다리는 중환자실에서 영화에서나 볼 듯한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심장박동이 멈추면 들려오는 "삐~~~~~"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심장의 움직임이 전혀 없음을 나타내는 전자수치였습니다.
다급하게 움직이는 의료진의 손길가운데 의사가 한마디를 내뱉습니다. "보호자분은 밖으로 나가서 대기해 주세요." 이 말과 함께 쫓겨나듯이 쫓겨난 나는 대기실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어 울고 있는 나에게 마음으로부터 이런 메시지가 들려왔습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그 순간 지난날 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어머니의 심장을 놀라게 한 사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왕성한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음악에 취하고 술에 취해서 허랑방탕한 삶을 살았던 철없던 시절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갑니다. 그 후유증의 하나인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기도라는 존재 최악의 어리석음에 빠져 자행자지했던 못난 순간들도 눈앞에 생생하게 살아 스쳐 지나갔습니다. 아들의 못난 인생을 지켜보시면서 고통스러워하셨을 어머니의 마음이 내 눈물 넘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과 하나 되는 순간, 이것은 더 이상 어머니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었습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절대 진리가 나의 심장을 도려내는 지상최고의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벌 중에 가장 큰 벌은 어머니의 심장을 아프게 한 것이고, 이것이 천륜의 마음을 아프게 한 천벌이구나."라는 생각에 나의 모든 감각기관은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인생 동안 어찌 다 보답할 수 있을까요? 그 아픔을 내가 어찌 다 알 수가 있을까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머니의 그 아픔, 그 고통을 누가 가르쳐 줄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어머니의 아픔을 알게 해 줄 유일한 하늘의 도구는 내가 낳은 자식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절대 진리가 나를 더욱 겸손과 온유의 자리로 나아가게 합니다. 이것이 지금 내 곁에 누워계신 어머니의 위대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니의 위대한 힘을 깨달은 만큼 더 어머니를 사랑으로 섬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